우주라고 해서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현상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서처럼 먹고 마신다면, 당연히 배설 역시 이루어진다. 하지만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에서는 그 배설 과정이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이러한 환경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위생적으로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특수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 대중이 잘 알지 못하는 ISS의 화장실 시스템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본다.
중력이 없는 환경, 설계의 대전제
지구의 화장실은 중력을 전제로 작동한다. 배설물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지고, 물을 이용해 이를 흘려보낸다. 그러나 ISS에서는 중력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공’과 ‘흡입’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우주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진공청소기처럼 작동한다. 소변과 대변을 각각 흡입하여 분리 저장하는 구조다.
소변은 자원, 대변은 압축
우주에서는 자원의 재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소변은 단순히 배출되지 않고, 정화 과정을 거쳐 다시 물로 전환된다. NASA는 이를 위해 고성능 정수 시스템을 개발했고, 실제로 정제된 물은 다시 식수나 조리용 수로 사용된다. 반면 대변은 별도의 밀폐 용기에 담겨 압축 저장된다. 이 대변은 일정량이 쌓이면 쓰레기용 화물선에 실려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소각 처리된다.
앉는 게 아니라 ‘고정’하는 것
ISS 화장실에는 벨트와 손잡이가 부착되어 있다. 중력이 없다 보니 사용자가 앉는 대신 스스로를 화장실에 ‘고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설 중 몸이 붕 떠버릴 수 있다. 소변은 호스로 연결된 깔때기 형태의 흡입구를 사용하며, 대변은 작고 둥근 좌석 위에 고정된 상태에서 흡입 시스템을 통해 수거된다. 이 과정은 사용 전에 반드시 훈련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정밀하게 조작되어야 한다.
고장 나면 어떻게 할까?
우주 화장실은 극한 환경에서도 고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문제 발생 시 수리도 우주인의 몫이다. 2019년에는 ISS의 화장실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고장 나면서, 예비 화장실로 교체 사용된 사례도 있다. NASA는 이에 대비해 수리 매뉴얼과 예비 부품을 항상 준비해 두며, 지상과의 실시간 통신을 통해 유지보수 지시를 받는다. 정비 기술은 우주비행사 훈련 과정 중 필수 항목 중 하나다.
향후 기술 발전과 민간 우주여행 대비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들이 우주관광을 본격화하면서, 미래의 우주 화장실 기술도 보다 일상적인 형태로 진화할 전망이다. 기존 시스템이 과학 중심의 기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사용자 편의성과 프라이버시 보호까지 고려한 설계가 강조될 것이다. 실제로 SpaceX는 민간 우주 관광선인 크루 드래건(Crew Dragon)에 창문 옆 화장실을 배치하여 ‘뷰가 있는’ 공간을 구현하기도 했다.
마무리
우주에서의 화장실은 단순한 위생 설비를 넘어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중력이 없는 극한 환경에서 인류의 생리현상을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이어왔다. 이처럼 작은 것 같지만 필수적인 시스템이야말로 우주개발의 실질적인 기반이 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관심 밖이지만, 알고 보면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 바로 우주 화장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