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우주를 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허블과의 기술적 차이, 관측 범위, 과학적 성과를 비교하며 그 진정한 의미를 알아본다.
우주망원경의 진화, 허블에서 제임스 웹으로
1990년에 발사된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은 30년 이상 우주를 관측하며 천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상징적인 장비이다. 가시광선과 일부 자외선을 통해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해 온 허블은 별의 탄생, 은하 충돌, 초신성 폭발 등 놀라운 장면들을 지구에 전달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더 정밀하고, 더 먼 과거의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되었고,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이다.
JWST는 NASA를 중심으로 유럽우주국(ESA)과 캐나다우주국(CSA)이 함께 개발한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2021년 12월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기존 허블이 지구 궤도를 도는 반면, 제임스 웹은 지구로부터 약 150만 km 떨어진 라그랑주 지점(L2)에 위치하며, 우주의 먼 과거를 더욱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기술적으로도 큰 도약이 있었다. 허블은 2.4m 직경의 반사경을 사용했지만, 제임스 웹은 6.5m의 거대한 18개 분할 거울을 조합해 훨씬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관측 가능한 거리와 해상도 모두에서 혁신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기존 허블이 놓쳤던 천체나 현상들을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허블과 제임스 웹의 관측 방식 차이
두 망원경의 가장 큰 차이는 ‘관측하는 파장대’에 있다. 허블은 주로 가시광선과 자외선 영역을 관측하지만, 제임스 웹은 적외선 관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적외선은 먼 거리의 우주, 즉 우주의 초기 상태를 관측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이유는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먼 거리의 빛은 도플러 효과에 의해 적외선 영역으로 ‘적색 편이(redshift)’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외선 관측 능력 덕분에 제임스 웹은 ‘우주의 첫 번째 별’과 ‘최초의 은하’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관측된 GN-z11이라는 은하는 약 134억 년 전, 즉 빅뱅 이후 불과 수억 년 만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은하 중 하나이다. 허블도 이 은하를 발견했지만, 제임스 웹은 더 정밀한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이 은하의 구성 성분과 탄생 시기를 더욱 정확하게 분석해낼 수 있었다.
또한, 제임스 웹은 외계 행성의 대기 성분을 분석하는 능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외계 행성이 항성을 통과할 때, 항성의 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하며 변형되는데, 이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대기 중의 물,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를 제공하며, 허블이 해내기 어려웠던 새로운 관측의 지평을 열었다.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의 전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단순히 ‘더 좋은 망원경’이라는 의미를 넘어,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허블이 지금 우리가 보는 ‘우주의 현재’를 보여주는 창이었다면, 제임스 웹은 ‘우주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즉,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고, 최초의 별과 은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겨났는지를 과학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도구가 된 것이다.
또한, 제임스 웹은 ‘우주 기원’뿐 아니라 ‘우주 생명체 탐사’라는 큰 질문에도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탐사는 대부분 물리적 구조나 별의 분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제임스 웹은 생명 가능성, 행성 환경, 화학적 조성 등 생물학적 탐사로 시야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제임스 웹은 천문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와의 융합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제임스 웹은 발사 이후 불과 1년 만에 수천 개의 과학 데이터를 생산했으며, 많은 학술 논문이 그 결과를 기반으로 발표되었다.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협업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며, 새로운 우주 이론과 모델링에 영감을 주고 있다.
마무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인류의 지적 도약을 상징하는 성과이다. 허블이 20세기말 우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었다면, 제임스 웹은 21세기 우주 과학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두 망원경은 기술적, 과학적으로 모두 뛰어나지만, 역할과 시대적 의미에서 서로 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허블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우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고, 제임스 웹은 우리가 아직 눈으로 보지 못했던 과거와 가능성을 밝혀주고 있다. 앞으로도 제임스 웹은 우리에게 더 많은 ‘최초의 순간들’을 보여줄 것이며,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질문에 더 많은 답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