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금성은 지옥 같은 온도를 자랑하지만, 우주를 더 넓게 들여다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온 행성들이 존재합니다. NASA는 최근 고온 행성들에 대한 탐사 데이터를 공개하며 외계행성과 금성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NASA가 발표한 초고온 행성 리스트와 그 특징을 중심으로, 왜 금성이 수성보다 더 뜨겁고, 외계에는 어떤 ‘화염의 세계’들이 존재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금성이 수성보다 더 뜨거운 진짜 이유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은 수성입니다. 하지만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행성은 의외로 수성이 아닌 금성입니다. 수성의 낮 최고 온도는 약 430℃, 밤에는 -180℃로 급격히 변하지만, 금성은 대기 덕분에 낮과 밤의 온도 변화 없이 항상 약 470℃ 내외를 유지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금성의 극단적인 온실효과입니다.
금성은 두꺼운 이산화탄소(CO₂) 대기를 가지고 있으며, 대기압은 지구의 약 92배에 달합니다. 이는 해저 1km 아래에서 느끼는 압력과 비슷하며, 이 고압의 대기가 태양열을 내부에 가두어 행성 전체를 오븐처럼 가열시킵니다. 게다가 금성은 지구와 달리 물의 순환이 없어 냉각 기제가 없고, 구름은 황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태양빛은 일부 반사되더라도 내부에 갇힌 열이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수성은 대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태양열을 직접 받지만, 그 열은 바로 우주로 방출됩니다. 따라서 낮에는 덥고 밤에는 극한의 추위가 찾아오지만, 전체 평균 온도는 금성보다 낮습니다. NASA의 금성 탐사선 마젤란(Magellan)과 파이오니어(Venus Pioneer) 임무는 이러한 온도 유지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관측했으며, 금성의 극단적인 온도는 행성의 대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결국, 금성은 태양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성보다 훨씬 더 뜨겁고 극한의 환경을 유지하는 태양계 최악의 ‘불지옥’ 행성인 셈입니다.
NASA가 주목한 초고온 외계행성 TOP3
태양계를 넘어 외계행성까지 살펴보면, 금성보다도 훨씬 더 뜨거운 ‘초고온 행성(hot Jupiters)’이 다수 존재합니다. NASA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및 케플러 우주망원경(Kepler)을 통해 발견한 수많은 외계행성 중에서 온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행성들을 분석하여 순위를 공개했습니다.
1. KELT-9b
이 행성은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중 가장 뜨겁다고 알려져 있으며, 표면 온도는 무려 약 4,300℃에 달합니다. 이는 일부 항성보다도 높은 온도입니다. KELT-9b는 모항성의 매우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으며, 하루가 약 1.5일에 불과할 정도로 공전 속도가 빠릅니다. 이로 인해 별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열이 축적됩니다.
2. WASP-76b
이 행성은 특이하게도 ‘철이 비처럼 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낮면 온도는 약 2,400℃로 금속이 기화될 수 있으며, 대기 상층에서 철이 증발했다가 밤면으로 이동해 냉각되며 비처럼 떨어집니다. NASA의 Hubble 및 JWST 분석에 따르면 철, 망간, 니켈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들은 행성 대기 구조를 분석하는 주요 지표로 작용합니다.
3. HD 195689b(Kepler-13Ab)
온도는 약 2,750℃로 매우 높으며, 이 행성은 중력이 강해 대기의 층이 무너질 정도의 압축을 유도합니다. NASA는 이 행성을 ‘대기역학의 실험실’이라고 표현하며, 극한 환경 속에서 대기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연구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계행성들은 주로 뜨거운 별 주위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도는 가스형 행성으로, 대부분 목성보다 크거나 비슷하지만 밀도는 낮은 특징을 보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더운’ 수준이 아니라, 원소의 상태가 고체도, 기체도 아닌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할 만큼의 고온 환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온 행성의 대기압과 생명체 가능성
초고온 행성들은 단지 뜨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대기압 또한 공통된 특징입니다. 앞서 언급한 금성만 해도 지표면 대기압이 지구의 90배 이상으로, 탐사선이 몇 시간 이상 견디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외계행성의 경우에도 이보다 훨씬 높은 대기압을 갖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대기 조성, 중력, 자전속도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결정됩니다.
NASA는 이러한 고온, 고압 환경이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고온 극한 생명체(extremophile)”의 가능성을 논의하지만, 현재까지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물리 조건과는 매우 동떨어진 환경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고온 행성 연구가 우리가 사는 지구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금성의 온실효과와 대기압 데이터를 통해 지구 대기 중 CO₂ 증가가 장기적으로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NASA의 기후모델링 연구 중 일부는 금성의 대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한 고온 행성의 대기는 일반적인 분자 수준을 넘어서 고이온 상태,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함으로써 별의 형성과 행성 간 상호작용에 대한 이론적 이해도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마무리
가장 뜨거운 행성은 단지 태양과의 거리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금성이 수성보다 뜨거운 이유처럼, 대기 구성과 온실효과, 자전 및 공전 속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NASA는 금성을 넘어, 외계의 초고온 행성들을 탐색하면서 이들의 극한 환경이 천문학, 기후과학, 행성 진화 연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집중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주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뜨거운 세계가 존재하며, 그곳의 비밀을 알아가는 여정은 곧 우리의 미래를 위한 공부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